이야기

제대로 안다는 것에 대하여

복돌이^^ 2009. 2. 26. 09:01
제대로 안다는 것에 대하여

글: 조원기(wk@sp4u.co.kr)

www.seri.org/forum/itleader


시골에 살던 사람이 처음 도시에 오면 길을 잘 찾지 못합니다. 이 빌딩이 저 빌딩 같고 저 빌딩이 이 빌딩 같아 보여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. 반대로 도시에만 살던 사람이 산골로 놀러 가면, 역시 길을 잘 못 찾습니다. 이 산과 저 산을 구분하기 어렵고 이 숲과 저 숲이 도무지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습니다.

하지만, 세상에 똑같은 빌딩이 어디 있고 똑같은 산이 어디 있겠습니까? 어딘가 달라도 다른거지요. 큰 산뿐이 아니라 조그만 언덕도 저마다 생김새가 다릅니다. 하지만, 그것을 속속들이 관찰하고 알고 있지 않으면 그 다른 점을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.

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에 거주하는 호주 원주민들은, 그저 돌이 배치된 모양만 보고도 방향을 찾아낸다고 합니다. 모로코의 카펫을 짜는 아이들은, 남들에게는 독같아 보이는 카펫들 가운데에서 자신들이 짠 카펫을 정확하게 골라냅니다.

오랫동안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공익 광고를 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때, 폐암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한 의사일수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합니다. 똑같은 사실을 알았지만, 의사들은 더욱 명확히 인식한 까닭입니다.

쌍둥이가 아무리 똑같다고 해도 어딘가는 다르며,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분간하지 못해도 그 부모는,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. 즉, 제대로 알았을 때 비로소 안 것이고, 적당히 알면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.

자동차를 타고 갈 때,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, 아무리 같은 길을 여러번 다녔다고 해도 그 자리를 익히기 어렵습니다. 그저 눈으로만 보았기 때문입니다. 운전석에 앉을 때 하게 되는,길을 제대로 가고자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. 그러니 길을 제대로 알수가 없는 것입니다.

우리는 어떤 것을 배우고는, 이제 알았다고 생각합니다. 하지만 우리는 종종 지식만 습득하고서 알았다고 합니다. 그리고 그게 현실에 잘 적용되지 않는 것을 보고 당황하게 됩니다. 알긴 알되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. 말이나 글자는 그저 어떤 내용물을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 그 알맹이는 아닌 탓에, 매개체만 보고서 '알았다'고 생각하는 데서 그 오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. 그래서 이런 격언이 전해져 내려옵니다. "무릇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은, 모름지기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."